교사의 '정서 학대' 무죄 판결…몰래 녹음, 증거 될 수 있을까?
주호민씨 아들 정서학대 특수교사 2심 무죄
2025년 5월 13일, 수원지법에서 웹툰 작가 주호민 씨 아들에 대한 정서 학대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 A씨에게 무죄가 선고되면서, 몰래 녹음의 증거능력과 장애 아동의 인권 보호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금 사회적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. 이 사건은 교사와 학부모 간 갈등의 심각성은 물론, 아동 보호 체계와 증거법의 경계를 짚어보는 중요한 사례로 기록되고 있습니다.
사건 개요: 아버지는 녹음기를, 재판부는 무죄를
사건은 2022년 9월, 경기도 용인의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졌습니다. 주호민 씨의 아들이 다니던 맞춤 학습반 교실에서 특수교사 A씨가 "버릇이 고약하다", "밉상이다", "네가 싫다" 등의 발언을 반복했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입니다.
이에 주 씨는 아들의 옷에 녹음기를 숨겨 교사의 발언을 수차례 녹음했고, 해당 파일을 아동학대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의 핵심 증거로 제출했습니다.
1심 재판부는 해당 녹음을 정당행위로 간주하고 증거로 인정, A씨에게 벌금 200만 원에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습니다. 그러나 2심에서는 이 판단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.
항소심의 반전: "몰래 녹음, 위법한 증거다"
수원지법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1심 판결을 파기했습니다. 그 이유는 바로 녹음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.
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다음과 같습니다.
- 사적인 대화를 동의 없이 녹음한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에 해당하며,
-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형사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원칙에 따라,
- 1심에서 유죄 판결의 핵심 근거였던 녹음 파일은 증거로 인정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.
이처럼 1심과 2심이 상반된 판단을 내리게 된 가장 큰 원인은 '녹음 파일의 적법성'에 대한 법 해석의 차이였습니다.
피해 아동의 아버지 주호민 씨의 입장
판결 직후 기자회견을 연 주호민 씨는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혔습니다.
- “굉장히 속상하지만 법원의 판단을 존중합니다.”
- “장애 아동의 피해를 증명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다시 마주했습니다.”
- “몰래 녹음이 아니었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드러낼 수 있었을까요?”
그는 장애 아동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매우 부족하다며,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도 개선 논의가 활발해지길 바란다고 호소했습니다.
특수교사 A씨 측 반응
A씨는 항소심 무죄 판결을 받아 안도감을 드러냈고, 자신의 입장을 믿고 지지해준 교육계 관계자들과 부모, 법조인들에게 감사를 표했습니다.
교육계 일각에서는 교사의 표현이 다소 부적절했을 수 있지만, 학대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는 입장이 제기되며, 교사와 학부모 간 신뢰 회복을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.
이 사건이 던지는 질문들
이번 판결은 단순한 교사-학생 간 문제를 넘어, 다음과 같은 중요한 사회적 의제들을 던집니다.
1. 몰래 녹음은 정당한 증거인가?
- 아동 보호와 진실 규명을 위한 녹음이지만,
- 사적 공간에서의 동의 없는 녹음은 불법일 수 있으며,
-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형사재판에서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음.
2. 장애 아동 보호 체계는 충분한가?
- 학대 여부를 입증하기 어려운 구조,
- 피해자 보호 중심의 증거 수집 절차 미비,
- 심리적 학대의 기준이 모호하여 판결이 엇갈리는 문제 존재.
3. 교육 현장에서의 표현의 자유 vs 아동 인권
- 교사의 지도 방식과 발언이 어디까지 용인될 수 있는지,
- 교사의 정서적 피로와 인권 역시 존중받아야 하는 문제,
- 동시에 아동, 특히 장애 아동에 대한 정서적 안전도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함.
제도적 공백, 지금이 메울 때
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가 증거 수집의 정당성과 아동 보호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할지를 묻는 중대한 판례로 기록될 것입니다.
장애 아동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신속한 대응 체계, 교사의 전문성 강화, 학부모-학교 간 신뢰 구축, 그리고 디지털 시대에 맞는 증거 수집 기준 마련이 절실히 필요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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